제 1 부
청백의 세계 … 19
기다림의 미학 … 24
천화(天花)가 내리는 날 … 30
“어디 사십니까?” … 39
길 따라 스승 따라 … 47
여름 바다 … 55
산 … 64
평등사회 설계도 … 72
태양 아래 바보들 … 84
선물 … 91
제 2 부
진리의 영과 자유 … 103
두 나무 이야기 … 116
땅과 생명 … 126
신학의 뿌리로서의 존재 … 153
동양인에게 교회란 무엇인가? … 165
제 3 부
서늘한 사랑 … 175
뺄셈과 나눗셈 … 184
새벽의 서장 … 188
봄철의 계시 … 195
가을의 선물 … 198
겨울 하늘 아래서 … 200
부 록
대담: 문명의 전환과 종교의 새 지평 … 207
일상에서 휴식을 맛보고 싶은 당신에게
낮에 직장 상사에게 꾸지람을 듣고 부글거리는 속을 안고 돌아온 저녁이다.
아니면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며 일주일 동안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소파에 노근하게 눌러 붙어 있는 시간이다.
교회에서는 웃는 표정과 좋은 말의 성찬은 있었으나,
마음은 여전히 허전하다. 몸을 씻고 음악을 틀어 놓았다.
단잠 속에 은총의 기운이 내려 내일을 활기차게 다시 시작하고 싶다.
그런 순간을 위해 곽노순 목사의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낙타」가 있다.
아니, 어떻게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문명의 비계 덩어리를 몸에 두르고 사는 우리가 어떻게 그 좁은 구멍으로…?
제목의 화두를 품고 들어가 본다.
에세이집도 아니고, 우화집도 아니고, 쉬운 신학 해설집이나
단순 명상집도 아니고, 시집도 아니고, 불교서적도, 도교서적도 아니고…
그 모든 것이 아니면서 동시에 그 모든 것일 수 있는 묘한 책이다.
그러면서도 무엇보다 지하철과 직장과 가정과
그리고 나 자신을 거기서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반갑다.
속된 성스러움의 외투를 벗고 일용행사에 충실하고 싶은
‘모든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우선적으로 풍부한 우화 덕분에 성인 동화를 읽는 느낌을 갖게 된다.
성경의 이야기로부터
「벽암록」에 나오는 것과 같은 각종 도인과 그 제자들의 이야기,
삼국유사와 공자의 얘기 등등…
그 이야기들은 상호 손짓하며 춤추는 듯했다가
어떤 순간 갑자기 우리의 폐부를 찌른다.
‘이렇게 복잡하고 시끄럽게 사는 것은 두려움 때문’이라고
저자가 말하는 순간이다.
상사에게 나를 강력히 변명하는 상상의 나래로 머리가 요란하고,
교회 사람들의 말잔치가 요란한 것은
‘양과 닭을 팔고 사는 예루살렘 성전의 소란 속에서
자신들을 망각하고 싶은’ 때문이고,
결국은 “은밀한 가운데서 찾으시는 하느님을
독대하기가 두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곽노순 목사는 ‘고요하라’고 소리치면서 시끄럽게 하는 대신
글 자체에서 고요의 풍성함으로 독자를 감싸 안는
탁월한 시적 에너지를 갖고 있다.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리고 서있는
피차 이름도 모르는 인간들의 목덜미에 내리는’ 눈송이,
천지간에 온기가 스며 꽃잎들이 흩날리던 어느 날
명상에 잠긴 한 사람에게 쏟아져 내리는 하늘꽃❲天花❳,
사무실의 열기가 바깥의 더위를 증폭시키는 때
검푸른 파도에 곧 삼켜질듯 한 배 안에서 꾸는 요나의 꿈,
가을산 위에 올라 걸터앉은 바위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땅속 도사…
우리가 잊고 있던 자연이 그윽한 메시지에 담겨 가슴 속에 울린다.
오늘밤 단잠은 보장된 셈이다.
지은이가 얘기하듯, 마음을 불안케 했던 파도 속에서
요나와 예수가 빠져들었던 잠, 그 잠이 내게 필요했던 것이다!
숱하게 반복 축적된 성경과 신학 지식으로 머리가 버거워진 당신,
평일에는 되는 대로 웃고 울고 화내다가
일요일에는 습관적으로 교회 가서 크리스천임을 확인하는 당신,
‘어려움에 처해서는 용맹을, 운명을 맞아서는 고요’를 얻고 싶은 당신,
자신과 더불어 교회가 새로운 생명으로 갱신하기를 갈망하는 당신,
그리고 무엇보다 단잠 속에 은총을 입어 내일을 활기차게 출발하고 싶은 당신…
그런 당신에게 이 책을 선물로 권하다.
참,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방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