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 플러스 알파, 이름 모를 꽃밭

시공 플러스 알파, 이름 모를 꽃밭

애벌레 한 마리가 가로와 세로로 된 울타리에 갇혀서 살고 있었다. 말하자면 그는 2차원 존재이다. 그런데 어느 날 꿈속에서 계시를 받았다. 가로와 세로 말고 또 다른 하나를 생각해보라고. 여러 날 반복적으로 동일한 내용의 꿈을 꾼 그는 개념상의 벽에 부딪혀 골똘하게 되었다. 기어코 그는 몸에 이상이 생겨 여러 날 동안 한 자리에서 옴짝도 하지 않게 되었다. 말하자면 선을 따라 움직이는 1차원도 아닌 0차원의 양태로 들어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몸이 탈바꿈되어 두 나래를 펄럭이며, 이제껏 갇혀 살아온 울타리에서 수직으로 올랐다. 3차원 존재로 화한 것이다.

그는 이 꽃에 내려앉고 저 꽃으로 나르는 동안 꿈속에서 자신에게 수수께끼를 준 장본인이 ‘나비의 종자’ 자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가 잠들 때는 가끔씩 예전에 바닥을 기어다니던 애벌레의 꿈도 꾼다. 한편 그의 집근처에 살고 있던 다른 종류의 벌레들 사이에서는 파문이 일었다. 울타리에 구멍도 나지 않았는데 그가 어떻게 없어진 것일까고. 목격자가 두 눈을 뜨고 있었다 하더라도 자태가 삽시간에 사라지는 것은 그들 2차원 자연법칙에 없는 것이기에, 그 광학적 데이터가 그들 두뇌에서 무료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장자가 나비 꿈을 꾼 것은 그가 인간적 차원을 벗어날 계시를 받은 것이요, 나비가 자신을 꿈꾸는 것이 아닐까고 자문하는 것은 자신의 초월적 근원을 암시받는 것이기도 하고, 인간적 양태를 벗은 훗날 추억으로 꿀 꿈의 씨앗을 미리 심는 것에 해당한다.

엘리야도 차원적 도약을 통해 울타리를 벗어난 경우요, 불말이란 바로 나비의 날개를 뜻함이다. 이웃 인간들에게 목격되지 않은 채 실종된 에녹도 ‘공간과 시간’이라 부르는 이 세계를 수직으로 탈출해 이름 모를 꽃밭에서 날기 위함이었다. 그는 물질세계에 몰입되지 않고 오히려 일장춘몽인 이 가상현실을 프로그램한 주체와 줄기차게 교분을 맺었다고 하던가?

이들 엘리야, 에녹, 예수 그리고 지구에서 사라진 것으로 소문난 이들은 들꽃과 새들을 보고서 염려할 필요 없음을 배웠고, 나비와 매미들을 보고서 탈바꿈할 것과 비상할 것을 배웠으리라. 익숙해져버린 이 세계에 또 하나의 차원을 달아보라는 현몽과, 0차원적 양태로 죽고자 하는 자는 산다는 화두를 던지고 승천하신 그이는 지금쯤 어느 들꽃 사이를 날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