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7월 마음의 바이러스
Ⅰ
여자의 누드사진을 보이면 성인 남자는 대개의 경우 생리적 반응을 일으킨다. 잉크가 묻어있는 한 장의 종이일 뿐인데 어떻게 그것이 신체에 실제적 변화를 일으키는 것일까? 그런가 하면 미국에서는 유명한 야구게임이 있는 날 초등학교 아이들 중에 복통을 앓는 케이스가 많다는 사실을 관측하였다. 그 게임을 TV로 보기 위해 학교 가기 싫어서 일부러 꾀병을 부리는 경우도 있겠으나, 진짜로 복통증세를 일으키는 케이스가 두드러진다는 말이다.
이런 사례는 인간의 정신작용이 생리적 변화를 유발하는 메커니즘을 시사하는 것이다. 상상 임신이란 것도 있다. 실제로는 임신이 아닌데도 어떻게 임신의 징후가 몸에서 발생하는 걸까? 인간은 마음만 먹으면 자기 몸에 생리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보다.
도대체 성하던 몸이 어째서 갑자기 병의 징후를 드러내는 것일까? 이 불연속성은 기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병이 없던 순간과 병이 들어서는 순간 사이에 무엇이 개입되는 것일까? 정신없이 바쁘게 사는 범인들은 그 과정을 눈치 챌 수 없겠지만, 몸과 마음의 상태, 그리고 주변의 상황관계를 불을 켜고 보듯이 지켜보는 이는 그 불연속의 찰나를 포착할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 이제 숨의 드나듦마저 관조하는 이런 이들의 통찰에 따라 우리들 일상을 살펴보기로 하자.
Ⅱ
어른들이 모여앉아 이야기로 꽃을 피우며 시간 가는 줄 모를 때 그 주변에서 배회하던 아이가 느닷없이 코피를 줄줄 흘리며 멀거니 서 있는 경우가 있다. 자신에 대한 주위 사람들의 관심이 없어질 때 그 심리적 공백감이 일으키는 기적이다. 주로 혼자 놀지 못하고 줄곧 엄마나 아빠의 반응 속에서만 놀던 아이 가운데서 일어나는 일이다.
성인의 경우에도 부부 사이에 응당 오가야 할 애정과 관심이 끊긴 지 오래되면, 등 위쪽이 결린다며 아이들에게 그 부위를 두들겨달라고 청하는 정황이 된다. 혼자 사는 사람 가운데 원인 모를 통증을 자주 경험하는 것은 남에게 안기고 싶은 갈망을 나타내는 것이고, 관절염도 사랑을 받고 있지 않다는 느낌, 또는 비판이나 분개에서 연유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손가락의 관절염은 자신이 남에게 희생당하고 있다는 느낌이나 자학하려는 심리에서 발생한다.
아이가 커서도 자다가 오줌을 싸는 것은 부모 중에서도 특히 아버지를 무서워하는 경우이다. 천식은 억제된 울음과 같은 것이고, 억눌려 사는 감정에서 일어나는데, 아이의 천식은 산다는 게 두려워 지금 여기 있는 것조차 원치 않는 경우를 말한다. 그리고 기관지염은 악을 쓰며 싸우는 가정환경, 또는 정반대로 무덤처럼 침묵하는 환경에서 야기된다. 그리고 호흡곤란으로 질식에 이르는 것은 살아갈 공간마저 박탈당했다고 느낄 때 일어난다. 소아마비는 남의 눈에 잘 띄이지 않는 불화한 가정에서 자신의 행동으로 사랑을 나타내 가정을 결속시킬 필요성을 대변하는 것이다.
유방에 혹이나 포낭이 생기거나 통증이 있는 것은 상대에 대한 지나친 보호 또는 횡포와 관련이 있고, 기타의 유방에 관련된 질병은 자신보다 가족이나 타인을 우선적으로 위하는 태도에서 생긴다. 월경불순은 내심으로 여자이기를 원치 않는 심리와 관련돼 있고, 무월경은 생리를 불결한 것으로 여기는 심리와 무관치 않다. 질염은 남성에 대한 분노가 일 때, 백대하증은 남자에 대한 자신의 무력함을 느낄 때 나타난다.
체중과다는 자신을 방어하려는 필요성이나 감성으로부터 도피하려 할 때 발생한다. 비만은 일반적으로 지나치게 예민한 사람 가운데 일어나는데, 팔뚝의 비만은 사랑이 거절당한 데 대한 분노, 복부의 비만은 남들처럼 충분한 영양을 받지 못한다는 데 대한 분노를 나타난다. 엉덩이의 비만은 부모에 대한 고집스러운 분노덩어리며, 허벅지의 비만은 부모 특히 아버지에 대한 아잇적 분개의 축적이다.
백내장은 장래가 암담할 때 일어나고, 치매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대하기를 거부할 때 발생한다. 중풍은 노여움과 같은 감정의 표현을 지나치게 억제할 때, 혼수상태는 누군가로부터 또는 어떤 사태로부터 도피하려는 결과이고 정신질환은 대개 가족으로부터 도피하려는 무의식적 몸짓이다. 부스럼은 분노가 끓어오른 상태에 해당하고, 물집은 정서적 보호막이 결여되었을 때 나타난다.
여드름은 자기혐오를 반영한 것이고, 뾰루지는 부당함을 당해 적개심을 독처럼 품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고, 알레르기는 반감을 품고 있거나 자신에게 능력이 없다고 느꼈을 때 일어난다. 무좀은 자신이 받아들여지지 못한 데 대한 좌절을 표시한다. 입에서 악취가 나는 것은 뒤로 물러서는 경험을 했거나 복수하려는 생각을 품고 있을 때 생기고, 불쾌한 체취는 자신을 싫어하며 타인이 두려워질 때 생긴다.
창자에 관련된 질병은 이미 낡은 것을 버리는 데 대한 두려움 또는 내가 더 이상 필요치 않게 된다는 두려움에서 발생하고, 뼈가 부러지는 것은 당국에 대한 반항 심리에서 연유한다. 술 등에 중독되는 것은 자신에게서 도주하려는 것이고, 만성질환은 미래가 두려워 변화를 거절하는 것이다. 콜레스테롤은 기쁨의 흐름이 막힌 상태이고, 동맥경화증은 삶의 밝은 면 보기를 거부하고 소견머리 좁은 것을 굳혀버린 상태이다.
심장마비는 지위나 돈을 추구함이 지나쳐 가슴의 기쁨을 쥐어짠 결과이며, 암은 깊은 상처, 오랫동안 품은 증오, 자신을 갉아먹는 깊은 비밀, 비애, 절망과 관련이 있다. 끝으로, 노화는 인간사회의 공약수적 신념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낡은 생각을 품고 현재를 거부할 때 가속화되는 현상이다.
Ⅲ
이제 잠시 멈추어 돌이켜보면 일만 가지 몸의 부조화가 마음에 이미 자리 잡은 바이러스가 일으킨다는 예시이다. 누가 이런 몸과 마음의 미묘한 얼개를 제작한 것일까? 아무튼 내 마음 속의 악성 바이러스를 퇴치하면 몸의 개선이 얻어질 게 아닌가? 이를 위해 기존의 의학적 치료를 거부한다면 어리석은 일이겠지만, 병행해서 이상의 통찰을 스스로 확인하고 응용한다면 해로운 노릇이 아닐 것이다.
그러면 마음을 고쳐먹는 것은 쉬운 일인가? 성하던 몸에 어느 날 병이 들어서는 것이 기적스럽다면, 관성을 지닌 생각과 마음에 불연속을 일으키는 것 또한 기적에 가까워야 하는 것이다. 부지불식간에 마음에 미세한 변화가 일어났을 때 그것은 숨에 변화를 일으키고, 그것은 다시 몸속을 돌고 있는 기(氣)에 변화를 야기시키고 마지막으로 생리에 변화가 일어난다.
그러므로 먼저 척추를 곧게 하고 앉아서 손바닥을 허벅지에 얹어놓고는 숨을 고르고 깊게 쉬어라. 이러는 동안 한편으로는 기의 순환이 정상화되기 시작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마음이 드넓은 벌판처럼 되어간다. 그 드넓은 벌판에서 모름지기 마땅한 바의 마음을 새로 그릴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무릎을 꿇고 앉아 양손의 엄지손가락으로 두 귀를 막고 나머지 손가락으로는 눈과 이마를 가리고서 머리를 바닥에 댄다. 감은 눈앞에 펼쳐지는 아늑하고 검은 공간을 느껴라. 무(無)의 대양에 존재가 씻겨지리라. 후에 우주의 대주자에게 또는 이미 세상을 떠난 성현에게 바른 마음을 단단히 심어주십사 청해도 좋다. 어느 날 몸의 부조화가 썰물처럼 서서히 물러서는 고마움을 맛보리라.
몸에 관련한 우리 인간들의 소원은 어떤 것들일까?
⑴ 못 고칠 병이라면 고통이라도 없기를 바라는 것이다.
⑵ 병들었다면 쉬 회복되기를 바라고
⑶ 삶이 짧든지 길든지 사는 날까지 건강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⑷ 더 나아가서는 병들지 않고 오래 살기를 바라고
⑸ 늙지 않고 오래 살기를 바란다.
⑹ 그리고 옛사람들 중에는 감히 영원히 사는 비법이나 죽었다가도 다시 사는 비법을 탐구한 이들이 있거니와, 그것은 몸〔體〕과 기(氣)와 마음〔心〕 뿐 아니라 시공과 물질과 의식〔神〕이 무엇인지를 파헤쳐서 되는 일이다. 우리의 소원이 어느 경우이건, 살면서 자주자주 멈추어 숨을 고르게 깊게 하는 것이 그 첫 걸음이다.